[이슈 프리즘] 카카오뱅크 성공신화의 주역들

입력 2021-08-19 17:29   수정 2021-08-20 00:08

요즘 금융계 인사를 만나면 카카오뱅크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주가가 거품이다, 아니다’ ‘은행이다, 아니다’ 등의 해답 없는 논쟁들이다. 이런 논란을 떠나 출범 4년 만에 기업가치(시가총액)가 40조원으로 폭풍 성장한 것을 보면 금융혁신의 산물로 평가할 수 있다.

혁신은 말 그대로 가죽을 벗겨내는 고통이 뒤따른다. 카뱅의 탄생 과정도 그랬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과거에도 몇 차례 시도가 있었다. 김대중 정부의 ‘벤처 열풍’ 끝 무렵인 2002년. SK텔레콤 롯데 다음 안철수연구소 등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의기투합해 인터넷은행을 추진하다 흐지부지됐다. 대기업(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10%(의결권은 4%)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하는 ‘은산분리(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규제에 발목이 잡혔다.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도 은행법 개정을 통한 인터넷은행이 추진됐지만, 국회 벽에 가로막혔다. 이번에도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가 될 것”이란 비난을 뛰어넘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핀테크 육성에 나서면서 다시 물꼬를 텄다. 금융위원회가 총대를 멨다. 은산분리 완화를 전제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컨소시엄에 인터넷은행을 허용하기로 했다. 한마디로 판을 깔아준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금융실명제법이 걸림돌이었다. 비대면 실명인증으로 계좌를 개설할 수 있어야 하는데 실명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민등록증 촬영과 관련한 위·변조, 해킹 등 보안 문제가 불거졌다. 법을 개정하려면 또 하세월이 될 게 뻔했다. 금융위는 우회로를 찾았다. 법에 명시된 실명확인 조항에 대해 무조건 대면인증이 아니어도 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며 돌파구를 마련했다.

카뱅의 출범도 우여곡절을 겪었다. 2017년 출범 당시 주주 구성은 한국투자증권 58%, 카카오 10%, 국민은행 10% 등이었다. 카카오가 최대주주가 아니었다. 은산분리가 아직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은산분리가 완화되면 한투증권 지분을 되사오기로 약정을 체결하고 ‘개문발차(開門發車)’한 것이다. 금융당국의 의지와 기업들의 용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2019년 ICT 기업에 한해 인터넷은행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카카오는 한투증권 지분 일부를 되사오면서 2년7개월 만에 최대주주가 됐다.

카뱅도 내부적으로 큰 진통을 겪었다. 카카오 출신과 한투증권 출신의 ‘DNA’가 달랐다. 한투 출신은 모바일과 PC뱅킹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널이 많을수록 좋다는 판단이었다. 카카오 측은 ‘모바일 온리’를 주장했다. PC뱅킹은 해킹 등 보안에 취약한 만큼 모바일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윤호영 카뱅 대표는 “카뱅 역사상 가장 치열하게 싸울 때였다”고 했다. 결국 카카오 측이 승리했다. 카뱅에 PC 버전이 없는 이유다. 카뱅의 이런 비즈니스 모델은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카뱅의 주가 랠리는 MSCI지수 편입에 따른 외국인과 기관의 포트폴리오 매수 등 일시적 수급 요인도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세 가지 포인트로 설명한다. 첫째는 시중은행의 파이를 상당 부분 잠식할 것이란 전망이다. 둘째는 막강한 플랫폼을 발판으로 금융 이외 사업에서 성과를 낼 것이란 기대감이다. 단순 은행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셋째는 국내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로의 확장 가능성이다. 금융 플랫폼 생태계를 수출해 금융 영토를 넓힐 것이란 기대다.

카뱅의 성공 스토리는 정부가 규제를 풀어 판을 깔아주고, 기업인의 과감한 도전과 용기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는 걸 잘 보여주고 있다. 전통 은행산업을 옥죄고 있는 아날로그 시대의 낡은 규제도 디지털 시대에 맞게 전면 혁파해야 한다. 그래야 카뱅의 독주를 막고, 경쟁도 더 활성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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